아흔 하나의 밤
문규진
사는게 각박해도
자식새끼 얼굴 볼 생각에 다시 힘이 나서
어느새 리듬 맞춰 달려가는 상인역의 밤
뜻대로 안되어도
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거야 기대하며
멋쩍게 싱긋 웃어 보이는 범어역의 밤
이기면 어떻고 지면 또 어떻겠나
어린 시절 아버지 손잡고 간 야구장을
이젠 내 자식 손잡고 가는 대공원역의 밤
하나 둘 셋
각자의 길을 준비하는 서로를 바라보며
졸업앨범 속 환히 웃는 두류역의 밤
엄마 우리 날고 있는거야?
순수한 아이의 눈이 별처럼 반짝이며
3호선 풍경에 꿈을 그리는 팔거역의 밤
바람이 불어오는 곳
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면
내 마음 김광석의 노래가 되는 경대병원역의 밤
잔잔한 물가에
당신과 이 순간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
미친 듯 가슴이 뛰어오던 수성못역의 밤
희노애락의 장터
삶을 위해 왔다 이젠 내 삶이 되어버린
꿈을 머리에 이고 가는 서문시장역의 밤
기찻길 따라 나란히
생각에 잠긴 사람들이 떠나가고 돌아오면
서러움도 그리움도 모두 안아주는 동대구역의 밤
춥진 않을까
청둥오리 잠들고 해오라기 슬피 울면
수달가족 빼꼼 고개 내미는 대봉교역의 밤
이게 얼마만이냐
고소한 곱창 굽는 냄새에 소주 한잔 기울이고
옛 이야기 풍선처럼 떠오르는 안지랑역의 밤
잘 하고 있는 걸까
걱정이 담겨있는 한숨마저 아름다워
별처럼 빛나는 청춘들이 있는 반월당역의 밤
각자의 밤이 저마다 다른 밤이어도
우리의 밤을 품어주는 아흔 하나의 밤
달구벌 분지 옹기종기 250만개의 꿈들은
그렇게 밤과 함께 깊어간다
Dtro 상인역 플랫홈에 붙인 글입니다.
문규진 님께서 수정하신 원문을 그대로 복사해서 게시합니다.
감사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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